뜨거운 물이 찬물보다 빨리 어는 이유는? 음펨바 효과는 진짜일까?

뜨거운 물이 찬물보다 먼저 얼 수 있다는 음펨바 효과. 정말 가능한 현상일까요? 증발, 대류, 과냉각 등 그 원인과 과학계의 논쟁을 알아봅니다.

물 두 컵이 있습니다.

하나는 뜨거운 물이고, 다른 하나는 차가운 물입니다. 두 컵을 동시에 냉동실에 넣는다면 어떤 물이 먼저 얼까요?

당연히 차가운 물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이미 0℃에 더 가까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특정한 조건에서는 처음에 더 뜨거웠던 물이 오히려 차가운 물보다 먼저 어는 현상이 관찰되기도 합니다.

이 현상을 ‘음펨바 효과(Mpemba effect)’라고 부릅니다.

생각해보면 꽤 이상합니다.

뜨거운 물은 먼저 차가운 물의 온도까지 내려온 뒤, 거기서 다시 0℃ 부근까지 내려가야 합니다. 이동해야 할 온도 범위가 더 큰데 어떻게 먼저 얼 수 있는 걸까요?

음펨바 효과는 어떻게 알려졌을까?

이 현상의 이름은 탄자니아의 학생이었던 에라스토 음펨바(Erasto Mpemba)에게서 나왔습니다.

1960년대 음펨바는 학교에서 아이스크림을 만들다가 흥미로운 일을 경험합니다.

보통 아이스크림 혼합물은 뜨겁게 만든 뒤 식혀서 냉동고에 넣었는데, 음펨바는 냉동고 자리를 빼앗길까 봐 뜨거운 혼합물을 그대로 넣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자신의 뜨거웠던 혼합물이 다른 학생의 더 차가웠던 혼합물보다 먼저 얼어 있었습니다.

음펨바는 이 현상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이후 물을 이용해서도 실험했고, 물리학자 데니스 오스본(Denis Osborne)과 함께 연구해 1969년 Physics Education에 「Cool?」이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논문에서는 더 높은 온도에서 시작한 물이 먼저 얼기 시작하는 경우가 관찰됐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비슷한 관찰이 음펨바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기록에서도 뜨거운 물과 빠른 냉각에 관한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뜨거운 물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걸까요?

뜨거운 물은 왜 더 빨리 얼 수 있을까?

먼저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음펨바 효과를 설명하는 하나의 확정된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의 양, 용기, 냉동고의 상태, 증발 여부, 물속 기체, 얼음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조건 등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연구에서도 증발, 대류, 용존 기체, 과냉각 등 다양한 요인이 후보로 논의돼 왔습니다.

1. 뜨거운 물은 더 많이 증발한다

컵에 뜨거운 물을 담아두면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물이 증발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증발하는 물은 주변에서 열을 가져갑니다. 즉, 증발 자체가 남아 있는 물을 냉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가 있습니다.

증발한 만큼 컵에 남아 있는 물의 양 자체가 줄어듭니다.

처음에는 두 컵에 똑같이 200 mL를 넣었더라도 뜨거운 물에서 더 많은 물이 증발했다면, 실제로 얼려야 할 물의 양은 더 적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실험조건에서는 증발이 뜨거운 물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음펨바 효과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2. 물속의 대류도 달라진다

뜨거운 물에서는 온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대류(convection)가 활발하게 발생합니다.

뜨거운 물은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차가운 물은 내려가면서 컵 안에서 물이 계속 순환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물 내부의 열을 표면이나 용기 벽 쪽으로 전달하는 데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단순히 물 전체의 평균온도만 보는 것과 실제로 물이 냉각되는 과정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처음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물 내부의 온도 분포와 대류의 형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3. 0℃가 됐다고 바로 얼지는 않는다

여기서 꽤 재미있는 현상이 등장합니다.

우리는 보통

물 = 0℃에서 얼음

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물은 조건에 따라 0℃ 아래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를 과냉각(supercooling)이라고 합니다.

얼음이 처음 만들어지려면 얼음 결정이 성장할 수 있는 일종의 시작점, 즉 핵생성(nucleation)이 필요합니다.

용기 표면의 미세한 흠집이나 불순물, 기포 등이 이런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가운 물이 -5℃까지 내려가도 얼지 않고 과냉각 상태를 유지하는 반면, 뜨거웠던 물이 -2℃ 부근에서 먼저 얼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온도만 보면 차가운 물이 더 낮지만, 얼음은 뜨거웠던 물에서 먼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음펨바 효과를 연구할 때는 ‘언다’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가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0℃에 도달하는 순간인지, 얼음 결정이 처음 생기는 순간인지, 물 전체가 완전히 얼어붙는 순간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4. 물속에 녹아 있는 기체도 달라진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에는 산소나 질소 같은 기체도 녹아 있습니다.

그런데 물을 가열하면 물속에 녹아 있던 기체의 상태와 양이 변합니다.

이 때문에 가열했던 물과 그렇지 않은 물은 같은 온도로 다시 내려왔다고 해도 완전히 똑같은 상태라고 단순하게 가정하기 어렵습니다.

용존 기체와 미세 기포가 열전달이나 얼음의 핵생성 과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 역시 연구돼 왔습니다. 최근에는 미세 기포와 열전달을 연결해 음펨바 효과가 나타나는 조건을 설명하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럼 뜨거운 물이 항상 더 빨리 얼까?

아닙니다.

사실 이게 음펨바 효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2016년 Cambridge와 Imperial College London 연구진은 통제된 조건에서 실험하고 기존 연구들을 분석한 뒤, 초기 온도만 다른 동일한 물을 같은 방식으로 냉각했을 때 뜨거운 물이 0℃까지 더 빨리 냉각된다고 볼 만한 의미 있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반면 음펨바 효과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최근 물리학에서는 오히려 이 개념이 물을 넘어 더 넓게 확장돼, 처음에 평형에서 더 멀리 있던 시스템이 가까이 있던 시스템보다 더 빨리 평형상태에 도달하는 비직관적인 현상을 연구하는 데 사용되고 있습니다. 2022년 연구에서도 상전이가 있는 시스템에서 음펨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이론적 조건이 연구됐습니다.

결국 질문을 조금 바꿔야 합니다.

“뜨거운 물이 찬물보다 빨리 어는가?”

보다는

“어떤 조건에서 뜨거웠던 물이 차가웠던 물보다 먼저 동결 상태에 도달할 수 있는가?”

라고 묻는 편이 과학적으로 더 정확합니다.

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까?

가능합니다.

같은 재질과 크기의 용기 두 개에 같은 양의 물을 넣고 하나는 뜨겁게, 하나는 상대적으로 차갑게 준비한 뒤 동시에 냉동실에 넣어보는 것입니다.

가능하다면 온도계를 이용해 시간에 따른 온도까지 기록하면 더 재미있습니다.

다만 한 번의 실험에서 뜨거운 물이 먼저 얼었다고 해서 “음펨바 효과를 증명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차가운 물이 먼저 얼었다고 해서 음펨바 효과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습니다.

냉동실 내부 위치에 따른 온도 차이, 용기의 접촉 상태, 증발량, 물의 양, 불순물, 용기 표면 상태 등 여러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런 점이 이 현상의 재미있는 부분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물 두 컵 중 뭐가 먼저 얼까?’라는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인데, 제대로 답하려고 하면 열전달부터 유체의 대류, 상전이와 핵생성까지 등장합니다.


🧪 왜그럴LAB 한 줄 정리

뜨거운 물이 항상 찬물보다 빨리 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증발, 대류, 과냉각, 핵생성 등 여러 조건이 달라지면서 특정 상황에서는 처음에 더 뜨거웠던 물이 먼저 얼기 시작하는 역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다음에 누군가

“뜨거운 물이 찬물보다 빨리 언대.”

라고 한다면,

“항상 그런 건 아니고, 특정 조건에서는 그럴 수 있어.”

정도가 가장 적절한 대답입니다.


참고자료

Mpemba, E. B. & Osborne, D. G. (1969). Cool?, Physics Education, 4, 172–175.

Burridge, H. C. & Linden, P. F. (2016). Questioning the Mpemba effect: hot water does not cool more quickly than cold, Scientific Reports 6, 37665.

Holtzman, R. & Raz, O. (2022). Landau theory for the Mpemba effect through phase transitions, Communications Physics 5, 280.

Royal Society of Chemistry – The Mpemba eff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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