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르면 왜 더 사고 싶어질까? FOMO와 군중심리의 함정

며칠 전까지만 해도 관심조차 없었던 주식이 있습니다.

5만 원이던 주식이 6만 원이 되고, 8만 원을 넘어 어느새 10만 원까지 올랐습니다.

뉴스에서는 연일 이 종목 이야기가 나오고, 인터넷에서는 수익 인증이 올라옵니다.

그때부터 이상하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지금이라도 사야 하는 거 아닐까?”

가격이 싸졌을 때는 관심이 없었는데, 오히려 가격이 크게 오른 뒤 사고 싶어집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히 우리가 욕심이 많아서일까요?

사실 여기에는 FOMO, 주의집중 효과, 군중행동 등 인간의 심리와 의사결정 방식이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FOMO란 무엇일까?

FOMO는 Fear Of Missing Out, 우리말로 하면 대략 ‘나만 놓치고 있다는 두려움’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꽤 쉽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내가 사지 않은 주식이 하루에 10%, 20%씩 오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단순히 돈을 벌지 못했다는 생각만 드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에서

“나는 이걸로 30% 벌었어.”

“아직 시작도 안 했대.”

같은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하면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손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내 계좌에서 돈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주식을 사지 않았으니 손실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벌 수 있었던 돈을 벌지 못했다’는 것까지 손실처럼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그 결과 원래라면 충분히 검토했을 가격에서도

“더 늦으면 정말 못 산다.”

라는 생각이 투자 판단에 끼어들게 됩니다.


그런데 왜 하필 오른 주식이 눈에 들어올까?

여기에는 FOMO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주식시장에는 수천 개의 종목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 모든 기업을 매일 분석할 수 없습니다.

결국 먼저 눈에 들어온 종목 가운데 무엇을 살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주식이 우리의 눈에 가장 잘 들어올까요?

하루 종일 가격 변화가 없는 종목보다는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 거래량이 폭발한 종목, 뉴스에 계속 등장하는 종목이 훨씬 눈에 잘 띕니다.

실제로 Barber와 Odean은 개인투자자의 매매를 분석한 연구에서 개인투자자들이 뉴스에 등장하거나, 비정상적으로 거래량이 많거나, 하루 가격변동이 극단적인 ‘attention-grabbing stocks’의 순매수자가 되는 경향을 확인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좋은 주식이라서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많이 올랐기 때문에 발견했고, 발견했기 때문에 매수 후보가 됐다”

라는 과정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차이는 꽤 중요합니다.


한국 투자자도 그럴까?

흥미롭게도 비슷한 현상은 국내 시장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관찰됐습니다.

2023년 「재무관리연구」에 발표된 한국거래소 연구자의 연구에서는 국내 개인투자자 역시 수익률이나 거래량이 급등한 ‘관심 특징주’에 집중적으로 매수하는 성향을 분석했습니다.

즉 미국 투자자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평소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던 종목이 급등하면 갑자기 뉴스와 커뮤니티에 등장합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시작하니 더 많은 사람이 종목을 알게 되고, 가격 상승을 본 사람들이 다시 관심을 갖습니다.

가격 상승 → 관심 증가 → 매수 후보 진입

이라는 과정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다들 사는데 나만 안 사도 될까?”

여기에 군집행동(Herding)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동을 정보로 활용합니다.

처음 가본 식당 두 곳이 있는데 한쪽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다른 한쪽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면 어느 쪽이 더 맛있어 보일까요?

많은 사람은 줄이 있는 식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 사람들이 줄을 서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식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어떤 주식을 사고 가격까지 계속 오른다면,

“내가 모르는 좋은 정보가 있는 것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반드시 어리석은 행동만은 아닙니다.

다른 투자자들이 실제로 내가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시장의 군집행동을 다룬 연구에서도 정보, 평판, 보상구조 등 여러 이유로 시장 참여자들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이 논의돼 왔습니다.

문제는 다른 사람도 똑같이 다른 사람을 보고 있을 때입니다.

A는 B가 사니까 사고,

B는 C가 사니까 사고,

C는 가격이 오르니까 누군가 좋은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작 아무도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남들이 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정보처럼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가격 상승 자체가 하나의 광고가 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주식에는 일반 상품과 정반대처럼 보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마트에서 5만 원짜리 물건이 10만 원으로 올랐다면 보통 구매욕구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주식은 5만 원이던 것이 10만 원이 되면 오히려 관심이 커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식의 가격 상승은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니라

“무언가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는 신호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오른 종목은 뉴스, 증권앱의 인기순위, 커뮤니티 등 여러 경로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2년 Journal of Finance에 발표된 Robinhood 투자자 연구에서도 개인투자자의 거래가 주의를 강하게 끄는 종목에 집중되는 현상이 관찰됐습니다. 연구진은 플랫폼의 기능 역시 이러한 attention-induced trading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주가 상승 → 사람들의 관심 증가 → 더 많은 사람이 종목을 발견

이라는 연결고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 오른 주식을 사는 것은 잘못일까?

여기서 조심해야 합니다.

주가가 오른 뒤 주식을 사는 행동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어떤 기업이 획기적인 신제품을 발표했거나 실적 전망이 크게 좋아졌다면 주가가 오른 뒤에도 기업가치가 더 상승할 수 있습니다.

또 금융시장에는 과거의 가격 추세가 일정 기간 이어지는 모멘텀(momentum) 현상에 대한 연구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많이 오른 주식 = 절대 사면 안 된다”

라는 결론 역시 지나친 단순화입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왜 사고 싶은가입니다.

기업의 실적과 가치, 새로운 정보를 분석한 뒤 앞으로의 기대수익이 괜찮다고 판단해서 사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 오르는데 나만 못 벌 것 같아서”

사고 싶은 것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겉으로 보면 똑같은 ‘매수’지만 그 판단 과정은 완전히 다릅니다.


FOMO가 찾아왔을 때 생각해볼 질문

주가가 급등한 종목을 보면서 갑자기 사고 싶어진다면 스스로 간단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이 주식이 오늘 10% 오르지 않았어도 나는 사고 싶었을까?”

대답이 ‘아니오’라면 적어도 내가 이 기업을 발견한 이유에는 가격 상승이 만들어낸 관심 효과가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다른 사람들의 수익 인증을 보지 않았어도 지금 이 가격에 사고 싶었을까?”

이 질문 역시 투자 판단과 FOMO를 구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좋은 투자와 나쁜 투자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내가 무엇 때문에 매수 버튼을 누르려 하는지 한 번 확인하는 장치는 될 수 있습니다.


🧪 왜그럴LAB 한 줄 정리

주가가 오를수록 사고 싶어지는 이유는 단순히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급등한 주식은 우리의 주의를 끌고, 다른 사람들의 수익은 FOMO를 자극하며, 많은 사람이 매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때때로 정보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원래 관심조차 없던 주식이 크게 오른 뒤 갑자기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좋은 투자라는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결국 급등장에서 가장 먼저 물어봐야 할 질문은

“얼마나 더 오를까?”

보다 어쩌면

“나는 왜 지금 갑자기 이 주식을 사고 싶어진 걸까?”

일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Barber, B. M. & Odean, T. (2008). All That Glitters: The Effect of Attention and News on the Buying Behavior of Individual and Institutional Investors. The Review of Financial Studies, 21(2), 785–818.

김진수 (2023). 관심 특징주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집중매수 양태 분석. 재무관리연구, 40(2), 93–133.

Bikhchandani, S. & Sharma, S. (2000). Herd Behavior in Financial Markets: A Review. IMF Working Paper 00/48.

Barber, B. M., Huang, X., Odean, T. & Schwarz, C. (2022). Attention-Induced Trading and Returns: Evidence from Robinhood Users. The Journal of Finance, 77(6), 3141–3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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